애니멀텔러, 비카일입니다.

내 강아지는 지금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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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금 내가 있는 호주 퍼스는 한창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이라 날씨가 좋지 않다. 하루 종일 비바람이 불고 우르르 쾅쾅 천둥도 자주 친다. 쨍쨍한 해를 못 본 지 지금 3일째다. 우울한 회색빛 구름 속에 갇혀 지내다 보니 기분도 울적해졌다. 엄마도 보고 싶고 한국도 가고 싶고. 우리 대순이도 보고 싶고.

그러다가 문득 또 궁금해졌다. 강아지들은 우울하면 어떤 시그널을 우리에게 보낼까? 물론 확실한 단서들이 나타난다면 보다 쉽게 내 강아지의 상태가 좋지 못함을 예상할 수 있다. 갑자기 환장하던 간식에 홱 돌아서거나, 하루 종일 잠만 자거나, 밖에 나가기도 영 귀찮아하면 우리는 이들의 감정선에 뭔가 자극이 왔구나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그들의 기분을 ‘예상‘하기보다는, 특정한 강아지들의 행동을 증거 삼아 그들이 지금 ‘우울하다‘는 상태에 빠진 것을 보다 빠르고 확실히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불필요한 감정 노동은 사람에게나 개들에게나 모두 힘들 테니까 말이다. 


개들도 사람과 똑같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 ‘슬픔’이라는 감정에 면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소중한 친구를 잃거나, 가족을 잃거나, 정든 곳을 떠나는 등 여러 반갑지 않은 상황이 닥치게 되면 우리는 참치 못할 슬픔을 느끼고 이내 그 감정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만다. 우리는 안다. 우울함과 슬픔의 깊이와 중독이 얼마나 강력하고 큰지를. 

놀라운 사실 하나. 흔히 말하는 ‘가을 탄다’는 말, 개들에게도 적용된다. 최근 개들도 사람처럼 ‘Suffer from 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를 겪는다는 리서치가 보고됐다. SAD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 햇빛 노출도 적어지고 급격한 날씨 변화로 인해 쉽게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감정 변화의 한 증세를 일컫는 말이다. 

온종일 빈 집에서 홀로 주인을 기다리는 지루함,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무기력,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갑자기 떠난 것에서 오는 공허함, 낯선 환경에서의 부적응 등 다양한 요인에서 강아지 우울감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강아지들의 ‘우울’한 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1. 고개를 푹 숙여 엎드리기 (Resting Head on Paws)

언젠가 대순이가 자기 발 사이에 주둥이를 두고 큰 눈망울로 나를 응시한 적이 있다. 꽤 오랜 시간 아이컨텍을 하는 녀석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 몇 장의 사진을 찍어뒀었다. 그때 나는 눈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는 듯한 대순이의 행동에 약간의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개를 납작 엎드려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던 대순이는 귀여운 겉보기와는 달리 기분이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최대한 나에게 눈으로 지금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던 대순이.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우울함의 표시였다니. 나 자신을 탓해본다.

무엇이 대순이를 우울하게 만들었을까 생각해봤다. 가족 중 누가 집을 떠나지도 않았고, 생활에 큰 변화도 없다. 집에는 거의 매일 가족 중 한 명은 대순이와 함께이니 혼자에서 오는 우울함도 아니다. 

그때 매일 같은 식단에 질려버린 강아지들이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띵똥하고 머릿속을 스쳤다. 당장 마트에 가 대순이에게 줄 새로운 사료와 간식을 샀다. 며칠간 밥에 관심 없던 대순이가 밥그릇을 비웠다. 다행이다.

몇몇 강아지들은 매일매일 똑같은 사료와 간식 맛에 질려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그들이 성장함에 따라 그들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한 강아지들이 미식의 즐거움을 더 이상 못 느낀다는 얘기다. 

2. 고개를 낮추고 나를 응시하기 (Head Bowing)


공부를 위해 호주 행을 결심한 뒤 떠나 기 하루 전. 나를 바라보는 대순이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었음을 기억한다. 자꾸 내 주변을 기웃대더니 아직 정리되지 않는 캐리어 속 짐 더미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비킬 생각을 않던 대순이. 이내 고개를 낮추고 눈을 최대한 키운 다음 ‘장화 신은 고양이’ 표정을 하고서는 나를 응시한다. 

우리 집 여왕께서 웬일로 내 행동거지를 확인하시나 새삼스러웠다. 평소에는 불러도 귀만 쫑긋 거릴 뿐 고개 한번 돌려보지 않던 녀석이었다.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거나, 키우고 있는 사람은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우리가 외출 준비를 하거나 짐을 쌀 때 녀석들이 이리저리 불안한 듯 주변을 서성거리거나, 한쪽 구석에서 우리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 말이다. 

사랑하는 주인이 당장 이 집을 떠날 것이 자명한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외로운 긴 기다림이 눈 앞에 닥칠 생각에 우울해진 강아지들. 

웬만해서는 강아지들을 오랜 시간 집에 홀로 두지 않는 것이 좋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따뜻한 목소리로 이들을 안심시켜주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세상 하나뿐인 포근한 우리 집은 홀로인 그들에게는 그저 빠져나올 수 없는 케이지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3. 높은음으로 짖기 (High-pitched Barking)

이렇듯 주인이 떠나가고 홀로 남겨진 것에 진절머리가 난 강아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못 견딘 나머지 짖기 시작한다. 만약 강아지가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짖거나 점점 더 피치가 높아진다면 이는 강아지들이 화가 날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이 행동은 특히 치와와, 요크셔테리어, 콜리, 비글 품종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 행동은 앞서 말했다시피 스트레스를 받는 강아지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행복하고 기분 좋은 강아지들도 깡깡 거리며 짖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 얘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상황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 

4. 끊임없이 짖기 (Repetitive Barking)

개들이 짖을 때는 뭐든지 이유가 있다. 무섭거나, 즐겁거나, 우울하거나, 지루하거나, 반갑거나. 강아지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모두 다르듯이,  이들이 짖을 때 내는 소리 또한 감정에 따라 각기 다르다. 그중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상태가 좋지 못할 때 강아지들은 계속해서 쉬지 않고 짖게 된다.

끊임없이 개들이 짖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무엇인가 자기들이 원하는 니즈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이다. 만약 우리 집 개가 요즘 들어 짖는 횟수가 잦아졌다면, 가장 먼저 산책을 나가보자. 야외 활동이 결여되어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강아지와 놀아줄 시간이 나질 않는다면 간접적이지만, 좀 더 배려있는 관심을 우리 집 녀석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집에 녀석을 혼자 두지 말고 애견 학교 및 카페 등 강아지가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에 데이케어를 맡겨보자. 평소라면 짖던 시간에 쿨쿨 꿈나라 여행을 떠날 것이다. 

5. 흐느껴 울기 (Whining)

개가 울기 시작한다. 문제가 생긴 것이 자명하다. 

개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닥쳤을 때 흐느껴 우는 소리를 냄으로써 우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흐느껴 우는 행동은 보통 몰티즈, 비숑 프리제, 포메라니안, 토이 푸들 등 작고 귀여운 토이 그룹에 속한 강아지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행동이다.  

만약 계속해서 행동이 지속된다면 이는 발병 혹은 정신적인 문제 등의 직접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강아지에게 생긴 것일 수 있다. 강아지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가볍고 짧은 흐느낌은 지금 이 강아지가 미운 7살, 아니 때로는 다 큰 어른들처럼 장난감 혹은 간식을 먹겠다고 떼를 쓰고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녀석들이 흐느낄 때마다 응석을 받아주면 버릇이 나빠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참고로 집 밖에서 배변 활동을 하는 강아지들의 흐느낌은 ‘싸기 일보 직전‘의 신호일 수 있으니 유의하자.

6. 종이 혹은 물건 씹기 (Chewing Objects)

새로 산 이어폰을 씹고 있는 대순이


강아지들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주인과 함께 산책, 운동 나가기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우울하고 스트레스받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주인 없는 집에 홀로 남겨지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날 우리 집 강아지가 집 사방팔방 종이를 잘근잘근 씹어 뱉어 놓고, 탁자 모서리를 갉아먹고, 슬리퍼를 헤집어 놓는다고 해도 절대 강아지를 탓해서는 안된다.  

긴 시간 동안 홀로 주인만을 기다리느라 지루하다 못해 결국 화가 나버린 이 강아지는 혼자 있는 내내 좀 더 주인을 느끼고 싶어 그의 체취가 묻은 물건들을 망가뜨려버렸다. 홀로 남겨진 댕댕이가 찾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 마구 씹어대기 신공. 

마음은 알겠으나 집 안 모든 가구를 댕댕이의 작은 턱관절에게 내어줄 수는 없으니 좀 더 상황을 원만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좀 더 자주 강아지와 놀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보자. 점점 증상이 호전될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모든 강아지 행동들은 그 원인이 다양하다. 한 행동을 두고 강아지들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똑같은 행동을 한다. 그러니 각자의 상황과 건강 상태에 따라 강아지들의 감정과 니즈를 잘 파악해 그에 맞는 배려를 해줘야겠다. 

강아지들이 말만 할 수 있었으면 상황이 훨씬 수월해졌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녀석들의 필요조건을 확실히 그리고 열심히 충족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참고문헌>
What dogs want by Arden Moore (BANT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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