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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된 동물보호법, 제대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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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과 생활하거나 동물 관련 기사를 관심 있게 접한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왔을테지만, 어떤 사람에겐 여전히 생소한 법이다. 1991년 5월 31일 제정되어 그 해 7월 1일에 시행, 올해로 시행 30주년을 맞은 동물보호법, 지금 윤리적 선의 어느 지점에 왔을까?

 

 

 

 

20만원으로 ‘퉁’치던 동물학대

 


우리 사회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동물이 법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동물보호법의 제정은 매우 의미 있는 역사다. 하지만 제정된 초기의 동물보호법은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함에 있어서는 그 동물이 가급적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필두로 구제적이지 않고 선언적 의미만 강했다.

 

이에 개식용 문제 등 동물 보호, 복지 수준이 미흡했던 한국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 여론을 고려하여 등 떠밀리듯 제정된 동물보호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잔혹한 동물 학대 행위도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하는 미약한 처벌에 그친 이유다.

 

 

배터리케이지에서 알을 낳는 닭들

 

 

잔혹한 동물학대,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앞서 언급된 것처럼 초기 동물보호법은 지극히 형식적인 내용만을 담은 법률로 시작되었지만 반려 인구의 증가와 동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증대되면서 2007년과 2011년 전면적으로 개정되었고, 꾸준히 틀이 갖춰지는 중이다. 활발한 입법 과정을 거치며 꾸준히 진행된 동물보호법의 개정 과정에는 동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와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담겨있다.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문화를 조성하여,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기르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으로 규정된 현행 동물보호법의 목적에 걸맞게 동물보호법은 위기에 처한 동물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이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또는 동물을 유기할 경우 동물 학대 행위로 처벌이 가능하다. 앞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었지만, 잔혹한 동물 학대 사건이 급증함에 따라 2021년부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었다.

 

이 외에 유기동물 문제도 점차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어가며 과태료 처분에 불과했던 동물유기행위가 내년부터는 벌금형으로 전환되어 경찰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바꼈다.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가 쉽게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중대범죄임을 법에서도 공고히 명시하기 시작한 긍정적인 행보다.

 

또한 동물이 우리 사회와 더 밀접해질수록 동물 관련 이슈와 논쟁 또한 다각도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동물보호법의 입법 및 개정 내용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최근 한 대형 쇼핑커머스에서 브랜드의 달걀을 홍보하기 위해 A4용지 크기의 케이지 안에 24시간 갇혀 지내는 닭의 알을 동물복지달걀이라고 표현하며 몰매를 맞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 중심의 규율에서 벗어나 실험 동물과 농장 동물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면서 이와 관련된 규정도 동물보호법에 제시되고 점차 추가되고 있는 추세다.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반려견 학대를 해 동물학대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어린 강아지를 분양 받은 학대범

 

 

동물학대범도 다시 입양할 수 있는 동물

 


올해부터는 통계청이 진행하는 인구 주택 총 조사에 ‘반려동물‘ 항목을 최초로 도입하여 동물은 더 이상 ‘사육’의 대상이 아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견고하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보호법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멀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의 정의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양서류·어류로 규정하고 있으나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경우에는 식용이 목적이라면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최근 동물단체들이 동물학대혐의로 산천어축제를 문제 삼았으나 축제에 이용된 산천어가 ‘식용 목적’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기각한 것이 바로 그 예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점차 강화되고 있으나 피학대 동물에 대한 격리조치에 관한 허점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동물을 학대한 사람일지라도 원한다면 언제든 또 다시 동물을 입양할 수도 있고, 보호 비용만 지불한다면 피학대 동물을 다시 데려올 수도 있기에 동물학대 사후의 문제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해야 하는 내용은 명시하고 있으나 보호 및 관리 수준에 관한 내용은 빠져있어 유기동물보호소 내의 동물들이 적절한 치료 조차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죽어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가게 주인이 보살피던 길냥이, 자두를 세제가 섞인 사료로 유인해 무차별하게 폭행해 죽인 사건

 


동물보호법의 다음 방향

 


지난 30년간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판결은 기소 유예나 몇 백만 원의 벌금형에 그쳤다. 이례적으로 올해는 경의선 산책로 가게 앞 테라스 화분에서 잠을 자던 고양이를 잔혹하게 두들겨 죽인 일명 ‘경의선 숲길 고양이 자두 사건’의 동물학대범에게 동물보호법 제정 이후 최초로 실형이 선고되어 동물을 대하는 사법부의 태도가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법이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행위로 인해 직접적 상해나 죽음에 이르지 않는 이상 동물학대죄가 성립 되지 않아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약하기만 하다.

 

국민들의 인식에 발 맞춰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개정을 꾀한 동물보호법의 역사는 충분히 박수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의 30년은 지나온 30년의 아쉬움을 개선하고 동물보호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 명확히 하는 세월이 되어야 한다. 반려동물 중심에서만 성장하고 있는 동물보호법에서 벗어나 농장동물, 실험동물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동물보호법이 필요하며 유기 및 파양동물을 이용한 신종펫샵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영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개정도 요구된다. 법의 개정과 보완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동물보호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수사 기관이 함께 성장하며 의지와 행동이 절실하다.

 

 

기획 임소연 김민경(동물자유연대) 사진 동물자유연대, 스브스뉴스, 셔터스톡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數)와 종(種)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생태적·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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